May 7, 2022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강남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사람이 만든 도시, 도시가 만든 사람

옛날에 왕이 성당 공사 현장에서 석공 노동자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한 명은 돌을 깎고 있다고 하고, 한 명은 성당을 짓고 있다고 하였다. 두 번째 같은 생각을 가진 석공이 있었기에 유럽의 여러 나라는 훌륭한 건축 문화를 후대에 남길 수 있었다.

열린 공간과 그 적들: 사무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단위 면적당 사는 사람의 숫자인 인구 밀도는 농업 기반의 사회에서는 일정 수준을 넘지 못했다.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에서는 경제적인 재화를 만들기 위해서 농작물이 자랄 땅과 더불어 비와 햇볕을 주는 하늘이 필요하다. 100명의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이 나오려면 일정량의 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소돔과 고모라
농업이 아닌 상업으로 돈을 벌던 사람들은 농업에 기반을 둔 도시보다 더 밀도가 높은 도시를 형성하면서 살았다. ... 구약성경 시절에는 소돔과 고모라라는 도시가 나온다. 이 도시는 당시 황금처럼 취급되던 소금을 팔던 곳이다. ... 고밀화가 되면 사람들의 짝짓기 본능이 자극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죄악의 도시'인 소돔과 고모라가 탄생한 것이다.

제품 디자인 VS 건축 디자인

좋은 건축은 대지 주변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건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물의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체험자의 입장에서 디자인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의 도시에 새로 지어지는 주요 건축물들은 '나를 보라'라고 말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그 건축물이 대지의 환경과 에너지를 잘 이용하는지 못 하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그 건축물을 그 땅에서 들어서 다른 장소로 옮겨 놓고 보면 알 수 있다.
한남동의 '리움' 박물관을 보자. ... 디자인도 개성 있고 시공도 훌륭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건축물이 파리에 옮겨졌다고 생각해 보자. 아마 거기서도 계속 훌륭한 건축물로서 역할을 감당할 것이다. 이 말은 이 건축물은 주변의 환경과 연관을 맺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진정 훌륭한 건축 디자인은 어느 한 땅에서는 훌륭하게 작동을 하다가 다른 곳을 옮겨졌을 때 이상하게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그런 건물이 그 대지가 가진 에너지를 잘 이용한 건축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위상기하학과 동대문 DDP
건축물은 자연의 겉모습을 모방해서는 안 된다. 대신 그 본질을 모방해야 한다. ... 도심 속의 언덕을 만들고 싶다는 하디드의 개념은 서정적이다. 하지만 언덕은 실내 공간이 없다. 반면 DDP는 축구장 세 배 이상의 실내 공간이 있다. ... 건축가로서 가장 한심하다고 느껴지는 디자인은 자연의 외모를 흉내 내서 만든 디자인이다.
새와 새인형과 비행기가 있다고 하자. 하늘을 나는 새와 모양은 다르지만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새인형보다는 더 새와 비슷하고 새로부터 배운 것이 있는 것이다.

건축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

시간의 이름
우리는 대부분 무슨 아파트 몇 동 몇 호로 된 주소지에 살고 있다. 어느 동네를 가나 같은 아파트 이름들이다. 장소의 정체성이 점점 상실되어 가는 것이다.
옹벽의 역사
배산임수의 컨디션이 인구 10만 명 정도의 도시에서는 큰 문제없이 작동을 하지만 인구 1000만 명이 되었을 때는 어떻게 되겠는가 상상해 보자. 한마디로 평지만으로는 사람을 다 수용할 수 없고, 주변의 구릉지에서도 사람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 당시로서는 고층 건물을 지을 기술력이 없었기에 건물은 저층으로만 지어지게 되었고,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울의 영역은 달걀 프라이처럼 퍼져나가게 되었다.
한국의 정자: 자연과 대화하는 건축
일본은 차를 마시는 것을 '다도'라고 부르고 좁은 방에 앉아서 뜨거운 물을 따르는 방식부터 찻잔을 몇 번을 돌려서 입에 가져가야 하는지 엄청나게 복잡한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있다. ... 이러한 문화의 장점은 후대로 계승시키기가 쉽다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임기응변에 강한 국가이다. 서까래만 보아도 일본은 정확하게 다듬어진 것만 사용하지만 우리는 나무 모양 그대로 휘어진 상태로 사용한다. ... 웃기는 것은 일본은 이 같은 자연스러움을 자신들이 하는 극도의 매뉴얼보다도 더 높은 경지로 본다는 것이다. 과거 일본 사무라이들에게 하사품으로 최고의 것은 조선 도공이 만든 찌그러진 찻잔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장터에서 쓰는 듯한 막 만들어진 찻잔이 일본인의 눈에는 경지에 이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이다.

맺음말

지금은 건축, 패션, 산업디자인 분야 할 것 없이 모두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두고 작업을 한다. 반지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디자인한 자하 하디드 같은 건축가 모두 똑같이 '라이노'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같은 소프트웨어 명령어를 사용하는 두 디자이너의 결과물은 외관의 형태가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